[공지] 심사의 변

2019 1인가구영화제 심사의 변

 처음 심사를 부탁받았을 때, 스케줄을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물었던 질문은 “세상에 ‘1인 가구 영화제’가 있어요?” 였습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이것이 영화제까지 갈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영화제의 심사를 선뜻 수락한 것은 이처럼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있었고 한편 ‘얼마나 많은 작품이 출품되겠어?’라는 무지함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 8월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반가구 중 1인 가구가 29.3%로 가장 많으며 그 뒤로 2인 가구가 27.3%, 3인 가구가 2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1인 가구의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여러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혼술, 혼밥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고 1인용 밥솥, 미니 오븐, 미니 냉장고가 인기입니다. 소위 말하는 ‘싱글족’을 위한 서비스 대행 업체도 늘어나면서 ‘솔로 이코노미’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사실상 1인 가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입니다.

 총 341편의 출품작을 심사하면서 독거노인의 이야기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기러기 아빠 이야기, 나홀로 직장인 등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독립된 삶을 꿈꾸는 청춘도 있었고,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고단함도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립된 삶을 다룬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사라진 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최종 수상작과 상영작을 선정하는 과정은 다시 한번 다양한 1인 가구의 이야기를 회고하고,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종 후보작 중에 과연 무엇을 선정해야 하는가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고충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1인가구영화제에 ‘버릴 게 없는’ 수많은 후보작을 출품한 감독님과 스텝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을 마지막까지도 괴롭힌(?) 상영작 감독님과 스텝께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19 1인가구영화제 심사위원
백재호 (영화감독)
윤상석 (공존플랜 소장)
임오정 (영화감독)
장은경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사무국장)